박발륜은 조소를 전공하며 철을 활용한 설치 작업을 통해 구상과 비구상, 공간과 형상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대학원 시절부터는 재료적 한계와 보관 문제를 계기로 비닐을 활용한 조형 작업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작가의 상징적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았다. 비닐 풍선 형태로 구현된 그의 작업은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득 차 있는’ 이중적 의미를 품으며, 타지 생활에서 느낀 심리적 거리감과 정서적 공허함, 그리고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내면의 욕망을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Gerd Kanz는 끌과 망치를 이용한 독자적 작업 방식을 통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독일 작가다. 나무 패널 위에 새겨진 드로잉은 비정형적 형태로 입체감을 이루며, 안료가 겹겹이 스며든 화면은 재료의 물성 위에 감각적인 색감의 밀도를 더한다. 작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거친 결, 절단과 재조립의 흔적은 창작의 도전과 감정의 동요를 시각화하며, 즉흥성과 통제를 동시에 품은 조형 언어를 형성한다.

Stefan Bircheneder는 성당 복원 화가로의 경력과 고전 회화 기법을 바탕으로, 극사실주의와 트롱프뢰유(trompe-l’œil)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그는 산업 현장을 배경으로 한 대형 회화와 3차원적 캔버스 오브제 작업을 통해 현실과 착시, 물성과 환영의 경계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닫힌 캐비닛의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하는 정밀한 정물 묘사는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해체하며, 회화의 실재성과 가상의 세계를 중첩시키는 회화적 실험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