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EXHIBITIONS

Secret Moment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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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주인공 같은 소녀와 흰 호랑이가 함께한 숲속 풍경은 어느 날 꿈에서 본 듯하다. 이 생경한 장면은 사람의 키보다도 큰 캔버스에 표현되어 있어 작품을 보는 관객이 그 화면 속에 함께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어느새 작품으로 빨려 들어간 관객은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며 그랬듯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운중천을 따라 시원하게 뻗은 산책로를 걸으면 짙푸른 녹음과 어울리는 헤드비갤러리를 찾을 수 있다. 판교에 이런 갤러리가 있었던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서면 나만 모르고 있던 비밀스런 순간이 펼쳐진 걸 알 수 있다. Zoey(조이), 손우정, 심주하 세 명의 작가가 함께한 단체전 ‘Secret Moment’는 판교에 소개된 적 없는 젊은 여성 작가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헤드비갤러리의 기획전시이다. 세 작가의 전공(시각디자인, 서양화, 동양화)에서 알 수 있듯 각 작가만의 색깔과 개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세 작가의 공통점이 있다면 위로의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낸다는 것이다.

  

Zoey(조이) 작가는 시간을 거슬러 떠올려지는 과거의 어느 시절에 함께했던 대상에 그립다는 감정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미 잊었거나 잊고 있는 대상을 찾아 그 문화와 함께 오래도록 찬란하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간다사물의 감성에는 한 시점에 유행가처럼 공감하는 문화적 향수가 버무려져 있다. 작품 제목에도 제시되는 노스텔지아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활력소이자 새로이 잉태된 미래의 사물이기도 하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사물은 어느 순간의 추억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화려한 색상의 홀로그램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은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



손우정 작가는 꿈을 꾸며 상상하는 자신만의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작가가 보는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등장하는 사슴 뿔을 가진 소녀들은 작가의 자아를 투영한 존재로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또한 소녀 옆에 항상 함께하는 백호와 다른 동물은 작가가 사랑하는 이를 나타낸다. 낯설지만 신비로운 그곳, 작가가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가능한 유토피아는 동심으로 바라보는 세계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손우정 작가의 바람에서 출발한다.


  

싱그런 양귀비 꽃으로 가득한 심주하 작가의 작품은 실제 꽃밭에 선 듯 화면 전체가 향긋하다. 여름에 태어난 작가는 자연을 보며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데 초여름의 양귀비가 스스로와 닮았다고 생각한 뒤로 양귀비 꽃을 작품에 담는 것은 작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양귀비는 흰색, 붉은색, 푸른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으로 피어나지만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붉은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이다. 특히 심주하 작가는 자신을 의미하는 양귀비를 통해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시각화한다. 먹물과 중봉, 그리고 금분과 은분을 활용한 작품은 현대의 새로운 전통화라 할 수 있다. 자칫 메마를 수 있는 현대인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양귀비 꽃으로 작가는 관객에게 위로와 위안을 전한다.

20215월에 개관한 헤드비갤러리가 선보이는 두 번째 기획전시는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을 소개하려는 갤러리의 성격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처럼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이는 세 작가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빚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의 기록, Secret Moment 展은 2021년 판교 운중동 헤드비갤러리에서 810일 화요일부터 9월 4일 토요일까지 개최된다. 무더위에 지친 관객에게 시원한 휴양지가 되고 무너진 일상에 힘겨운 관객에게는 피난처가 될 이번 전시로 모든 이가 일상으로 활기차게 복귀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