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피릿] 소멸과 생성의 순환을 성찰, 김병구 개인전 "Time of accum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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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25회 작성일 23-03-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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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작가의 회화에서는 먼저 화면을 가득 차지한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캔버스에 점을 모으는 동안 작가는 지난한 작업을 반복했을 터. 김병구 작가의 회화는 자연이 항상 변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듯, 시간의 점들을 모아서 노동으로 세월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작가는 일련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공존의 관계에서 건져 올린 정신적 산물을 조형화 하는 작업을 한다.

작품의 주제는 시간이 축적되고 세월이 각인된 흔적을 쌓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축적의 시간’으로 나타나는 장엄함과 평면 캔버스에 지층처럼 쌓아 올린 물감을 통해 시간이라는 정신적인 산물을 조형화한다. 살아간 흔적 위로 다른 시간이 쌓이고 또 겹쳐지는 것에서 시간의 연속성이 쌓이고 소멸과 생성의 순환을 성찰한다.

작가가 쌓은 ‘축적의 시간’을 관람할 전시회가 열린다.

헤드비갤러리는 김병구 개인전 〈Time of accumulation〉을 11월 29일(화)부터 12월 31일(토)까지 개최한다.

캔버스 위 질료를 그물망처럼 쌓아 점이 찍히고, 선이 연결되고, 면이 펼쳐진다. 작가가 작품에 담아낸 점, 선, 면은 자연의 표상을 드러낸다. 작가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흔적으로,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점과 선과 면을 창출한다. 작가는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의 과정과 회화의 순수 조형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담는다. 수행의 시간이다.

김병구 작가에서 점, 선, 면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거대한 바위의 점”과 “갯벌의 표면에 분화구처럼 생긴 아주 작은 공기구멍은 자연 순환의 점”이라고 말한다. 선은 “흐르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물줄기의 선”, “강가의 커다란 수양버들이 허공을 노니는 선”이라고 전다. 점과 선이 중첩되어 면을 만들어낸다.

작업은 자연 속에서 점, 선, 면이 창출되고, 망망대해를 돛단배로 노 저어가듯 끝없이 반복하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상생과 소멸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있다.

작가는 “노인의 얼굴에 깊게 새겨진 주름과 거칠어진 손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시간의 훈장이다. 하늘을 향해 거칠 것 없이 펼쳐 올라간 고목 그 표피에는 겹겹이 쌓인 갑옷이 세월을 품고 있다. 이러한 흔적들에서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순환 원리와 같은 표상들과 마주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는 이전에 구상 작품에서도 자연의 모습을 종종 그렸는데, 추상 작품으로 화풍을 바꾸어서도 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입체감 있게 쌓아 올린 작품에 정신과 개념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의 작업을 한다.

작가의 특징인 여러 색이 따듯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은 다른 시간이 쌓이는 흐름을 통해 두껍게 쌓인 질감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평면 회화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작가의 작품은 볼륨이 강해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빛에 의해 달라지는 음영의 차이로 작품은 더욱 색다르게 보인다.

김병구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부터 종로갤러리, 혜화아트센터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제25회 서울현대미술제 공모전 “대상”,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제3회 미술세계대상전에서 “특선” 등을 수상했다.

헤드비갤러리(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 146번길 13, 1층)에서 열리는 김병구 개인전 은 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일요일은 예약제이고, 월요일은 휴관한다.

정유철 기자


K스피릿, 정유철 기자,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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